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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오지랖도 넓지...

쉐로모 2005. 12. 20. 11:09
며칠전부터 이웃 새댁이 김장 걱정을 했다.
김장 뿐만 아니라 집안 환경이며, 시댁에서 자기네 입지며...

그래서 신랑이 바쁘다고 안가면 자기도 안간단다.
어떻게 하면 안 갈까, 고민고민, 핑계,핑계...
생각해 보니 동서도 얄밉고, 우짜고...
시누이들 김장까지 다 하는것도 싫고 우짜고...
그래서 시누이는 안오느냐 하니, 와서 하긴 다 한단다.

..야야, 그래도 가서 하루나 이틀 고생하고 와야 쓰지 않겄나.
시골에서 노인들이 자식들 먹을것 까지 하느라
추운데 밖에서 배추 절이고 씻고 힘드실텐데....
몸고생은 좀 되어도 다녀와야 마음 편하지 않겠나... 하고,
오지랍 넓게 잔소리를 좀 했다.

그래야지요, 어쩌고 기어들어가는 소리를 하더니만......

월요일날 아침에 오더니 뭐시가 좋은지
싱글벙글, 킥킥. 혼자 웃느라 정신이 없었다.

니, 김장 담그러 안갔구마. 에긍......
노인네들이 고생 많으셨게따......

그런데 화나신줄 알았던 시어머니께서
전혀 화를 안내시고, 여럿이서 해서 수월하게 했다 하시며
'늬 김장, 많이 가져다가 주마' 하시더라지...

작은아들 며느리는 김장도 하고, 돈도 주고 가더라고 하시더라지...
생각만 해도 고소(?)하더라지...

작은며늘이 들으면 '일 안하는 며느리나, 잘하는 며느리나
똑같이 대하시네.' 하면서 속 뒤비질 일일수도 있겠다 싶은데,

.......

야야, 니 그렇게 좋다고 웃을일도 아니다.
니 하나 없다고 김장 못 담글것도 아니지만도
그러다가 집안에 있으나 없으나 마찬가지인 사람 되는거 시간 문제다.
사람, 혼자 살 순 없는건데.
더군다나 사람 좋아하는 네 기본 심성에 그러다가 상처 입을날 온다 아이가...

니 동서? 니 없다고 니가 할 일 덤으로 더 하고 오는것도 아니다.
사람이 한계가 있지, 어차피 하룻동안 나 할일 따로 있다.
오히려 작은애가 형님 못지않게 잘하고 갔다고 어른들 맘에 남고,
동서도 집안식구들과 오손도손 얘기 나누며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뿌듯했을거다.

친정에서 김치 담가 왔다니 늬 신랑,
'그럼 우리 먹을건 담지 말라고 말씀 드려라'했다지?
젊은 마누라 아껴서 노인들이 담그신 김치 먹으며
목으로 넘어갈까, 미워 했더니만, 양심은 있는 아들이구만.
그래도 니보다 니 신랑이 더 나뿐 아들눔이다.

추운데서 김장하는 노인들 생각하면 앉아서 밥이 넘어가드나?
친정엄니는 뭐 죄 있나? 나이먹은 딸네 김장, 날마다 해다 바치게...

야야, 니도, 내도 아들만 둘인데
나중에 그놈들이 그러면 어쩔것이냐?
안 담가주고, 안 받아먹기 한다꼬? 그것도 좋은 얘기제.
하지만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김장이 문제가 아니다.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자세가 문제지.
아이들이 인정많고, 우애있고, 효도하는 자식이었으면 좋겠지?

야야, 니 내가 그동안 주욱 보아 왔다만. 정말 좋은 며느리더라.
정말 착한 딸이더라. 게다가 정말 좋은 형수님에,형님이더라.
담부턴 제자리로 돌아가라. 그동안 쌓은 공 허물지 말고....

참 안타까운 일이 뭐냐하면,
그동안 애쓴 며느리를, 아내를, 형수님을, 형님을 고마워 하며
가족들이 뭔가를 성의표시 하려 할때 탁! 튕겨져서
그동안 쌓은 공을 스스로 와르르 무너뜨릴때,
그때가 난 참 안타깝더라.

뭐, 나도 인간인지라 그렇게 속알머리 없는짓 해서
내 발등 내가 찍을때가 없지않아 있었다만도.

야야, 우리 더 약게 살자. 니보다 한 십년 더 살아본 내 경험상.
니가 약게 살았다고 느낀 그 이틀간은 절대!
약게 산게 아니라, 미련을 떨은 거구마...... ㅠㅠ

오지랖 넓게 푼수를 떨어봤다.

알았어, 알았어요. 해가면서 '미운놈 떡 하나 더 준다고,'

'잘했다, 잘했다. 하며 제 손 번쩍 안들어주는 내게
그녀가 만들어다 준 음식들과 커피를 보면서 생각했다.

에구, 저 커피에 혹시 약 탄건 아니겄제? ㅎㅎ.

나이 더 먹은거에 힘입어(?) 쓴소리만 좔좔 해댄 나를 뒤로 하고 나가는
그녀의 뒤통수에 '니나 잘하세요. 라고 써 있는것 같으다.^^*

오지랖 넓은 죄가 있어 괜히 떨린다.
아이구. 앞으로는 나나 잘하고 살아야지.^^*

출처 : 시어머니와며느리
글쓴이 : 草綠은同色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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