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가는 길◀ 2009. 5. 7.
포항이 친근해졌다. 딸이 포항출신 남자와 결혼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포항에 대해서 더 알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다녀왔다.
광주에서 출발하는 포항행 첫 버스가 오전 8시에 있기에, 첫 버스로 포항에 갔다. 광주에서 고속도로로 진입하는 중외공원 일대에는 하얀 아카시아꽃이 만발하여 길을 환하게 해 주었다. 도로변에 아카시아와 이팝나무 꽃들이 한창이었다. 논에는 모를 심기위한 준비로 물이 가득가득 채워져 가고 있었다. 계절의 변화는 신속한 것 같다. 산에 다니느라 고속도로를 자주 달리는데 일주일 사이에도 변화가 많은 것을 보게 된다.
버스는 88고속도로로 대구까지 간 후. 화원과 서대구 톨게이트를 지나 경부고속도로로 진입한 후, 조금 가다가, 포항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로 계속 갔다. 3시간 50분만에 포항에 도착했다. 차창 밖의 밝은 햇살이 무척 더운 날씨임을 알게 해 주었다.
포항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한 후, 길을 건너 5분정도 걸어 간 곳에서 구룡포행 200번 좌석버스를 탔고, 구룡포에서 다시 대보(호미곶)행 좌석버스로 바꾸어 탄 후, 우리나라의 동쪽 맨 끝자락이 되는 호미곶에 갔다. 조금씩 기다리게는 했지만 버스가 계속 연결이 되어 편리했다.
포항은 제법 큰 도시였다. 포스코(포항제철)와 현대제철 등 큰 공장이 있고, 포스코 옆으로 현상강 하류가 넓게 흐르고 있어 시원했으며, 공업용수 조달에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는 것을 생각게 했다. 호미곶에서는 등대박물관을 비롯해서 관광지로 잘 조성된 여러 조형물과 넓은 바다를 바쁘게 돌아보고, 다시 포항시내로 와서 딸의 결혼식이 있게 될 예식장를 답사해 보았다. 그런대로 괜찮은 예식장이었다. 예식장 답사를 마치고 택시로 터미널에 와서 오후 5시에 출발하는 광주행 막차로 돌아왔다.
포항에 가는 길은 참 좋았다. 광주에서 포항까지 계속 고속도로로 갈 수 있어서 길이 시원하고, 자동차의 속도도 시원스레 달리고, 고속버스 안의 공기도 더우면 에어콘으로 선선하게 해 주고, 우등고속의 좌석도 넓직하고, 중간에 휴식을 하며 갈 수 있는 휴게소가 군데군데 있고, 도로변에 아름다운 꽃들과 신록이 우거진 푸른 나무들과 풍요로움을 느끼게 하는 논과 밭들, 옹기종기 형성되어 있는 마을들, 발전의 상징인양 높은 아파트 숲을 이루는 도시의 모습들을 보며 가는 여행길이 좋았다.
우리의 삶도 태어나서 죽기까지 여행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인생나그네 길이 포항 가는 길만 같았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딸 덕택에 친근감을 갖게 된 포항이, 그 가는 길도 참 좋다는 생각이 내내 머리에서 맴돌았다.
인생나그네 길에서 필수적으로 해야 할 의무가 있다면 가족에 대해서는 부모를 잘 모셔야 되고, 자녀들에 대해서는 잘 가르치고 결혼하기까지 보살피는 것이라는 생각이 된다. 부모에 대해서 충분히 잘했다고는 할 수 없을지라도 30여년간 모시고 살면서 보살펴드렸고, 하나님께서 양육의 책임을 맡기며 우리부부에게 보내주신 1남 1녀 자녀들은 성실하게 잘 자라서 이제 마지막으로 딸이 결혼하게 되니, 내 의무가 완성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하는 하루였다. 결혼 후에도 계속 자녀들을 보살펴야 할 일들도 있겠지만, 그것은 이제 이차적인 문제가 되어 꼭 해야 할 의무는 아니리라는 생각이다. 자녀들의 인생은 자기들 스스로 개척 해 가야 할 것이고, 가정을 이룬 다음에는 오히려 자녀들이 부모에 대한 의무를 이행해야 할 것이다.
사회적으로 교직생활을 하면서 33년간 최선을 다해 생활했고, 나름대로 보람된 삶을 살았으니, 내 인생 나그네 길에서의 의무는 어느 정도 이루었다고 자부해도 될 것 같다. 다만 신앙생활에 미흡함을 느낀다. 신앙생활을 제대로 잘 하기에는 끝이 없을 것 같다. 죽도록 충성해야 될 신앙생활의 끝은 어딘지 알 수 없다. 이제는 서서히 죽음을 준비해야 할 시기에 왔으니, 죽는 날까지 신앙생활을 좀 더 잘 하기위해 노력해야 할 일만 남았다. 사람을 잘 만나는 복을 간구하고, 돕는 자를 부쳐주시기를 늘 기도하는 목사의 설교를 들으면서, 반대의 입장을 생각해 보기도 했다. 나를 만나는 사람마다 참 잘 만났다는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고, 내 자신이 항상 돕는 자의 입장에 섰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좀더 베풀걸’ 하는 후회가 없는 삶을 살고 싶다. 도움을 많이 받았고, 섬김을 많이 받아온 삶에서, 이제는 섬기는 자로, 돕는 자로, 설 수 있는 내 인생의 남은여생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기도하는 삶을 살고 싶다. 후회하지 않도록 온전한 삶을 살기란 어렵겠지만, 조금이라도 적게 후회할 수 있는 삶을 살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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