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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운까지 껴안는 긍정이 슈퍼맨 비결...이승복 박사

쉐로모 2009. 8. 24. 07:00

이사람] “불운까지 껴안는 긍정이 ‘슈퍼맨’ 비결”

한겨레 | 입력 2009.08.23 22:10 | 누가 봤을까? 50대 여성, 제주

 




[한겨레] 미 존스홉킨스대 재활전문의 이승복 박사

"공부와 체조 중 하나를 택하라면 체조를 택하고 싶다."

체조연습을 하다 잘못 떨어져 팔다리가 마비된 뒤 세계적 명문인 미국 존스홉킨스대 재활의학과 전문의가 된 '슈퍼맨' 이승복(44·사진·영어 이름 로버트 리) 박사의 인생관에는 부정이 없다. 21일 숙소인 서울 강남의 인터컨티넨탈호텔 26층의 라운지에서 만난 이 박사는 "마음먹기에 달렸다. 긍정적이 돼야 한다"고 했다.

체조유망주였던 고3때 연습사고로 사지마비
해마다 태릉선수촌 찾아 선수들 재활 도와


여덟 살에 미국 이민을 간 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체조는 그에게 인생의 전부였다. 미국 주니어국가대표로 발탁되기도 했다. 하지만 고교 3학년 때 뉴욕 플러싱의 와이엠시에이(YMCA) 체육관에서 마루 공중돌기 연습을 하다 턱이 먼저 바닥에 닿는 사고를 당했다. 그는 "평생 장애인이 됐다는 것보다 더 가슴 아팠던 것은 올림픽에 나갈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고 회상했다.

"체조가 밉지 않나요?"라는 물음에 그는 "체조하는 선수들을 보면 자랑스럽고, 꼭 껴안아주고 싶다"고 했다. 자신을 불행으로 몰고간 운명을 원망하지 않고, 그 불운까지도 통째로 포용한다. 해마다 한 차례 입국하면 반드시 찾는 곳이 태릉선수촌이다. 15일 선수촌을 방문한 이 박사는 "체조의 김승일 선수가 '형님 오셨어요!'라고 반갑게 포옹하며 맞아주어 행복했다"고 했다. '여자 헤라클레스' 장미란과는 "오라버니와 동생"처럼 격이 없다. 2004 아테네올림픽 미국 선수단 의료팀의 일원이기도 했던 그의 재활 노하우는 선수촌 의료진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팔을 움직이고 손뼉도 마주 칠 수 있지만 손가락을 사용할 수는 없다. 노트북을 켤 때도 장갑을 낀 두 손바닥을 사용한다. 이런 역경 속에서 다트머스 의대 수석 졸업, 하버드 의대 최고 인턴 등의 경력을 쌓은 게 놀랍기만 하다. 대학 친구들은 '승복'의 영어 이니셜을 따 '슈퍼보이'라고 했고, 존스홉킨스대 동료들은 그를 '슈퍼맨'이라고 부른다.

차분한 목소리는 내면을 평정한 그의 평화로운 마음을 느끼게 한다. 그와 얘기하면 편안하다. 반면 짧게 깎은 머리와 운동을 해 잘 발달한 상박근육은 하루도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그의 투쟁적인 삶의 단면이다. 의사가 되고자 했을 때 주변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말렸지만 그는 온갖 난관을 스스로 헤쳐왔다. 이런 삶 속에서 장애를 안긴 체조마저도 정면으로 직시하고 받아들이면서 극복했다. 그는 "어려워 보이는 것은 그렇게 보일 뿐이다. 자신감과 용기만 있다면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2006년 결혼해 최근 딸을 얻은 이 박사는 오는 31일 출국할 예정이다.

글·사진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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