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버린 독수리뿐이다
날개를 크게 다친 독수리 한 마리가
벼랑 위에서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는 몇 번이나 하늘 높이 날아오르려고 했으나
다친 날개로는 도저히 하늘 높이 날 수가 없었습니다.
"독수리가 하는 높이 날 수 없다는 것은
더 이상 살아갈 가치가 없다는 거야."
그는 날기를 포기하고 지난날을 생각했습니다.
태어나자마자 형제들을 벼랑 아래로 떨어뜨리던
아버지 생각이 났습니다.
"넌 위대한 독수리가 될 자격이 있다!"
형제들 가운데 살아남자 그에게 뺨을 비비며
기뻐하던 아버지가 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보다
더 이상 위대한 독수리로 살아갈 수 없게 된
상처의 아픔이 더 컸습니다.
"나는 평범한 새가 아니야.
가장 하늘 높이 나는 새들의 왕이야.
그런데 이게 뭐야. 이제 가장 낮게 나는 새가 되어버렸어.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나아."
그는 벼랑 아래를 오랫동안 내려다보았습니다.
벼랑 아래에는 죽은 독수리 뼈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습니다.
"독수리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는 일은 이 방법밖에 없어!"
그는 아버지를 떠올리며 벼랑 아래로 뛰어내리려고
몸을 잔뜩 웅크렸습니다.
순간, 어디선가 대장 독수리가 쏜살같이 하늘에서 내려와
"잠깐!"하고 소리쳤습니다.
"형제여, 왜 자살을 하려고 하는가?"
대장 독수리가 그를 가로막고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그럽니다."
"차라리 죽는 게 낫다니? 왜 그런 생각을 하는가?"
"저는 더 이상 높이 날 수가 없습니다.
독수리의 명예를 잃게 되었습니다."
대장 독수리는 한참 동안 그를 말없이 바라보았습니다.
그러고는 그를 향해 날개를 활짝 폈습니다.
그의 몸엔 여기저기 상처 자국이 나있었습니다.
솔가지에 찢긴 자국,
다른 독수리에 할킨 자국 등
수많은 상흔으로 얼룩져 있었습니다.
"나를 봐라.
내 온몸도 이렇게 상처투성이잖니.
상처 없는 독수리가 어디 있겠니."
자살하려고 했던 독수리는 대장 독수리의 말에
고개를 푹 숙였습니다.
그러자 대장 독수리가 조용히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이건 겉에 드러난 상처일 뿐이다.
내 마음의 상처는 이보다 더하다.
일어나 날아보자.
상처없는 독수리는
이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죽어버린 독수리뿐이다.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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